스페인 네르하, 프리힐리아나, 말라가 자유여행 파헤치기 [] 그라나다에서 당일치기 안달루시아 스페인 남부투어

최장시간 비행, 최장시간 여행, 최다도시 방문. 여태까지의 다른 여행과 비교했을때 뭐든지 ‘MAXIMUM’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을 가질 여행. 심지어 최초로 해외에서 연말과 새해를 보내게 되는 경험까지. 여러모로 인상깊은 2015년 12월 31일부터 2016년 1월 23일까지 약 25일간 친구들과 함께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여행. 그곳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겨울과 오렌지 나무가 야자수로 있는 곳이었다. 같은 유라시아 대륙에 붙어있지만 거대한 대륙의 끝과 끝에 위치한 그곳에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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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서쪽 끝으로 600시간
스페인,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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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의 꽃인 알함브라 궁전을 본 다음날인 2일차 여행은 스페인 남부투어를 하는 날이다. 숙박을 하기엔 좀 그렇고, 그냥 지나치기엔 궁금하고 아쉬운 도시인 네르하, 프리힐리아나, 말라가 버스투어다. 그라나다에서 말라가를 가는 방법은 기차와 버스가 있는데, 기차의 경우는 한번 환승을 해야하고 세시간 정도 소요된다. 버스는 1시간 50분이 소요되며, 말라가 공항으로 가는 버스편도 운행한다. 말라가 공항까지는 두시간 반 소요. 

원래는 그라나다에서 말라가로 먼저 이동한 다음에,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를 여행하려고 했는데 순서를 바궈서 네르하 쪽으로 먼저 가는걸로 여정을 변경했다. 그라나다에서 네르하까지는 한시간 가량 걸리고 이날 버스 이동이 많은 편이라 9시 버스를 탑승했다. 버스 요금은 한 사람당 11유로 정도로 쾌적한 편이다. 이때 우리는 세 명이 함께 여행하고 있었는데, 자리를 앉다보니 일행의 옆자리에는 한국남자분이 앉게 되었는데, 이날까지의 여행중에 가장 한국어를 많이 사용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네르하 터미널에 내려서 프리힐리아나로 가는 버스를 탔다. 장거리 이동이 아니고 도시간 이어주는 셔틀버스 같은 느낌이랄까. 버스 요금은 1유로. 버스를 타고 차창밖을 보고 있으면 네르하의 수도교를 볼 수 있다. 나도 창밖을 무심히 보다가 갑자기 보게 되어 어..어? 하다가 지나가서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세고비아의 수도교가 낮고 긴 모습이라면 (낮다고 표현했지만 왠만한 상가건물 높이) 네르하의 수도교는 좁고 깊은 느낌이었다.




@프리힐리아나 Fruguliana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반겨주는 새하얀 집들. 스페인의 산토리니라더니 내리자마자 따끈한 햇살과 파란 하늘, 하얀 집들. 여기도 지중해 기후에 속하는 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라고 한다면 산토리니의 풍경뿐만 아니라 지중해 기후까지 끌어온 느낌. 버스 정류장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있었던것 같다. 이 날은 1월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패딩없이 외출. 대신 히트텍, 맨투맨, 후드티를 입고 저지를 챙겨왔다. 


오늘의 여행은 어딘가에 입장해서 이것을 봐야지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도시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길거리 투어가 테마였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동네 슈퍼에서 과자도 사먹으면서 한 프리힐리아나 골목투어. 한 버스에 탔던 사람들이 거진 다 내렸는데 워낙 골목이 많다보니 뿔뿔이 흩어져서 한적한 여행 중. 훗날 여행한 산토리니 여행을 비교해 보자면, 산토리니처럼 바닷가 풍경이 보이는 골목길은 아니지만 파란 하늘 아래에 놓인 줄지어 있는 하얀 집들을 보자니 스페인의 산토리니라는 별명이 납득이 간다.



가끔 오르막길도 나오고, 내리막길도 나오고. 앉아서쉴 수 있는 벤치도 나오고. 여름에 오면 어땟을까. 어쩌면 몇 블럭 못가서 카페를 찾아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1월의 산토리니는 거의 식당 아니면 숙박업소를 함께 하는 집들이 많아서 리모델링 중인 빈 건물이나 영업을 하지 않는 상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곳은 주거지가 좀 더 많은 느낌. 그래서 마을이 텅 비어있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냥 안에 사람이 살고 있겠거니 라는 생각.


바닥의 조약돌길이 이렇게 만들어 지는거였구나... 캐리어 끌때 지옥을 맛보게 한다는 조약돌길. 작업중인 분위 옷차람이 반팔이라 계절감을 잊게 했다. 햇볕은 내려쬐는데 길 위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 시간이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다보니 반팔입고 작업이 가능한가 보다. 
그래도 나는 후드티 까지는 멋었고, 히트텍이 맨투맨까지는 입고 있던 상태였다. 중간중간 탁 트인 전망대도 있어서 경치 감상도 하고 포토타임도 가지고.


유럽의 발코니로 가기전 식사. 프리힐리아나에서 말라가로 다시 넘어가야 하기때문에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경치 좋은 장소에 맛있는 음식까지 더해지면 더 좋은 기억으로 남겠지 라며 식당을 찾으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 일대를 렌트로 여행한다면 아까 창밖으로 보였던 네르하 수도교와 크로마뇽인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네르하 동굴에 관심이 있다면 방문해 볼만한 것 같다. 참고로 우리는 그렇게 평화로웠던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 마을이었는데, 지인피셜에 의하면 이 지역에 렌트카로 여행했다가 주차를 하고 여행 후 돌아왔더니 창문을 깨 부수고 안에 있던 소지품을 훔쳐갔다며. 같은 도시인데 우리와 그 지인분의 도시에 대한 이미지와 감상은 180도 다르겠지.



@Lizarran Nerja

이때 난생 처음으로 여행중 만난 한국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식사까지 하게 되었다. 여행한지 좀 되었다고 어떻게 식사까지 같이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네. 프리힐리아나 터미널에서 버스에서 내린 후에는 우리 일행끼리만 다녓던것 같은데. 아, 식당가로 가기 전에 전망대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다시 마주쳐서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던것 같다. 
식당 위치는 프리힐리아나 마을에서 네르하 관광 포인트인 유럽의 발코니로 가는 길에 있던 식당가였다.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을 골라서 식사하면 될듯.

우리 일행에 한 분 더해지니 넷이 되어 상그리아 1리터는 순삭. 메론에 짭조름한 베이컨 같은 고기 얹어진 것도 단짠의 환상 조합이었는데... 어느나라 음식이든 단짠 조합은 실패하지 않느듯. 이 맛이 갑자기 그립다.


@유럽의 발코니 Balcon de Euro

그렇다. 프리힐리아나가 있는 네르하도 스페인의 남부 해안도시이다. 하마터면 해안도시에 와서 바닷가도 못보고 갈뻔... 그래도 이야기 나눌꺼 다 나누고, 다양한 음식 시켜서 먹을꺼 다 먹고, 마실꺼 다 마시고, 계산은 부리나케 마치고 소화도 되기전인 배를 움켜잡고 식당가를 질주했다. 그리고 도착한 발코니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되돌아가 버스 터미널로 달려갔다. 바닷가에 갔기는 갔는데, 바다를 봤기는 봤는데 정말 보고만 왔다. 그래도 그 정신없는 와중에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다들 이렇게 평화로운 와중에 우리만 숨을 헐떡거리며 사진찍고, 바람에 미친듯이 날리는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웃고 또 사진직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앉아서 쉴줄 알지만 버스 시간과 텀도 알고 있길래 저렇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그와중에 나타난 동행분이 우리 일행의 단체사진까지 직어주시고 거기서 진짜 헤어졌다. 그 분은 그곳에서 스페인 남부의 바다를 만끽했으리라. 

다시 그 식당가를 가로질러 냅다 뛰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이라고 표현했지만 버스 정류장이다. 도시간 이동하는 버스이긴 한데, 우리나라도 소도시는 버스 터미널 건물이 따로 없고 일반 버스정류장에서 시외 버스를 타고 그러지 않는가. 그런 느낌이다. 네르하와 말라가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는 시간이 좀 들쑥날쑥 했다. 버스 텀이 말라가에서 네르하 방향으로 운행하는 기준으로 14시 30분, 15시,  15시 15분, 16시 30분 이런식으로 있다. 우리는 네르하에서 14시 35분 버스를 탔는데, 아마 이 뒤로는 시간텀이 길어서 달릴 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때 몇몇 사람들은 우리처럼 말라가행 버스를 탈 것 같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중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고 숨도 채 고르기 전에 말라가행 버스가 왔는데 버스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 출발한 버스가 네르하에서 경유하여 말라가로 가는 것이었나보다. 일행과 함께 앉기는 커녕 우리 세 사람의 자리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리 일행이 다 못타는 상황이었어도 다음 차를 타야 하니까. 먼저 탄 사람부터 일단 앞좌석부터 채워서 앉았고 나는 뒷쪽 좌석의 창가에 앉았다. 날씨가 그렇게 포근했는데 계절에 충실한 버스기사님이 히터를 거의 풀로 틀어놓았고, 체격 큰 옆사람의 눌림에, 커튼을 꼼곰하게 쳤음에도 불구하고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뜨거운 햇빛에, 그칠줄 모르는 아기 울음소리에 지옥같은 말라가행 버스였다. 정말 나도 바짝 말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은 반팔 입은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정말 납짝 바짝 구워진 오징어가 되어가는 꿈을 꾸고 있을때 즈음 말라가에 도착함을 느끼며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커튼을 걷어보니 밖으로 보이는 야자수와 바닷가. 말라가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얼마나 반가웠던가. 버스를 탈출하다 시피해서 내렸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관계로 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아 히브랄파로 성으로 갔다. 원래는 이쪽도 터미널에 내려서 여러 스팟을 걸어다니며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히브랄파로 성은 고도가 제법 높은 곳에 있어 오르막길을 가야하니 도보로 이동하는 분인 참고하시길..


@히브랄파로 성 Casteillo de Gibralfaro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려고 지폐를 내밀었는데 매표소에서 잔돈으로 거슬러줄 동전이 없는 상황. 동전이 없냐고 우리에게 물어봤지만 우리도 없기는 마찬가지. 순간 여기 오려고 택시까지 타고 왔는데 얼른 뛰어나가 택시 잡아타고 내려가야 하나 멘붕이 잠깐 왔다. 하지만 은혜로운 매표소 직원분은 그냥 들어가라고 해주셔서 입장. 감사합니다^^ 덕분에 성도 잘 보고 말라가 전경도 실컷 즐겼다.

성에 오르면 바닷가를 끼고 있는 말라가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지대가 높아서 바람도 많이 불고 그새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어서 언제 찌는 듯이 더웠냐는 듯한 날씨가 되었다. 
멀리는 산도 보이고. 신도시 같은 곳인지 신축 아파트 같은 건물들이 모여있는 지구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아파트와 조금 다른 모양의 주거 건물. 주상복합 건물 같다고 해야하나... 여튼 고층 건물들이 많이 있었다. 그라나다는 거의 단독 주택이었는데. 우리나라 경주처럼 개발 제한구역이겠지?
그리고 든 생각은 해안가라 뷰가 좋겠다. 그리고 갈매기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성곽을 쭉 돌면서 시내를 구경하고 있는데 아래에 많은 인파와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이때만 해도 이 행렬을 우리가 마주치게 될 줄 몰랐고 그것이 우리의 시련이 될줄 몰랐다.

그렇게 성을 내려와 시내로 왔는데 어느새 해가 넘어갔다. 주변에 산이 많더니 해 지는건 순식간인가 보다. 그리고 이어서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미친듯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고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우산이 있긴 했으나 바람이 워낙 강해서 결국 뒤집어지고 부러져 버린 우산. 그 와중에 웃긴건 우산 살이 부러진게 아니라 몸체가 부러졌다는거. 우산 쓰는건 포기하고 평범한 유럽인 1처럼 흩날리는 빗방울을 미스트 삼아 걸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서 온도가 훅 떨어져 급기야 핫팩까지 꺼내서 몸에 붙였다. 해가 지니까 이렇게 날씨가 돌변하더라. 오늘 하루동안 4계절을 다 격은 느낌이었다. 아침에 봄으로 시작해서 점심에는 여름, 오후에는 가을, 밤에는 겨울. 4계절을 하루에 겪고 싶으면 겨울에 스페인 남부, 말라가로 오세요.




그 와중에 말라가의 시내 풍경이라며 사진찍고 앉아 있었네. 그리고 아까 그 행렬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그렇다... 이것은 바로 주현절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행렬이었던 것이다. 주현절은 동방 박사가 예수를 찾은 때, 혹은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준 때로 보는데 스페인에서는 1월 6일이다.  다른 카톨릭이 국교인 국가들도 이렇게 주현절 행사를 크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 날은 대부분의 관공서 및 상점이 쉬는 공휴일인데 이런 퍼레이드가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수도인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가 아니라서 더더욱 당황하게 되었는데... 어쩌면 이 시각 대도시에는 더한 행렬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퍼레이드가 끝도없이 계속 이어졌고 던져주는 사탕에 아이, 어른 할것 없이 사탕을 받기 바빴다. 퍼레이드라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서 하는 퍼레이드를 본게 전부인데 (그것도 제법 오래전에) 종교 행사로, 이렇게 대규모의 처음 보는 생소한 퍼레이드에 우리도 그들과 융화되어 함께 사탕을 주웠다. 

문제는 우리가 있던 곳이 퍼레이드 행렬의 안쪽이기 때문에 완벽히 갖혀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퍼레이드 행렬 건너편에 버스 터미널이 있다는 말. 퍼레이드 행렬의 규모도 모르겠고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고, 말라가 버스 터미널로 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하는데 대중교통도 거의 정체 상태고. 차라리 퍼레이드 행렬이 더 빨라보이고. 걸어가려고 해도 엄청난 인파와 퍼레이드 행렬을 가로질러 터미널로 갈 수 없는 상태. 퍼레이드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가다보면 언젠가 끝 지점을 만날 수 있겠지라며 퍼레이드를 따라 한참 거슬러 가다가 끝이 날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없이 버스터미널을 앞쪽에 두고 옆으로 게걸음을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결국 가다가 중간에 가드가 없는 곳이 눈에 보였고, 길을 가로지르기 좋은 타이밍에 퍼레이드를 가로질러 후딱 길을 건너는데...

수많은 아이들의 눈이 우리 일행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퍼레이드도 신기하지만 이국적으로 생긴 우리들의 등장이 신기했겠지... 보기만 했겠는가, 예수님이라도 본듯이 만져도 보더라..ㅎㅎ 어쩌면 우리도 퍼레이드 행렬의 일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무사히 퍼레이드를 건널(?) 수 있었고 말라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말라가도 대도시인 편이라 서울 남부터미널이나 고터처럼 버스 플랫폼이 많았다. 


비바람도 맞고, 사탕도 주우면서 퍼레이드 행사도 만끽하고, 그 와중에 피카소 생가와 피카 소 미술관을 지나왔다. 사실 퍼레이드 늪에 빠져 못빠져나오고 있을 때 아, 뜻밖의 말라가 1박이 있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도 했다. 터미널로 걸어가면서 오, 저기 좋아보이는 호텔도 있네 이랬으니까.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그라나다행 오후 8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만차일때를 대비해 미리 예매를 했던게 8시 차였는지, 막차가 8시 차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무튼 이 차를 꼭 타야만 했다. 아마 네르하에서 말라가 버스가 만차인걸 보고 부랴부랴 예매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했던 장거리 일정에 지친 우리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깼다를 반복하며 있는데, 푹 꺾이는 고개를 들며 잠시 눈을 떴는데 달리는 버스안에서 유리창을 뚫고 내 눈에 들어오는 밤하늘의 별들. 여름이었으면 은하수까지 볼 수 있었겠다 싶다. 여기가 어딘가 급히 휴대폰의 구글지도를 켜보니 Antequera 를 지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은하수가 보인다고 느껴질 만큼의 많은 별들을 봤다. 달리는 차안에서 본건 어쩌면 처음일지도. 그것도 고속버스 안에서. 찾아보니 안테퀘라는 교통 요충지로 대도시에 속하는데 해발고도가 높은 편이라고. (500m 넘으니까 낮은건 아니갰지..?) 그리고 청동기시대의 고인돌 무덤과 해골들도 다수 발견되어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이상 안테퀘라 지역 TMI)

내가 이 지명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라나다, 세비야쪽 일정을 짤때 그라나다에서 세비야로 순서를 정하고, 그라나다에서 3박을 하며 말라가와 네르하로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할때, 기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이 역에서 환승해야 되길래 버스를 타야하나 기차를 타야하나 고민했는데 이곳을 지나가며 위치를 확인하게 되었네.


무사히 그라나다 도착. 예전히 예쁜 그라나다의 거리가 무사히 잘 다녀 왔다며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격정적이었던 그라나다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그라나다에서 세 밤을 잤지만 첫날은 도착하고 잠만 잔 날이라 그라나다 여행은 만 하루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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