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파헤치기 4/4 []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날, 시내 한 바퀴 둘러보기
과거로의 시간여행 :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그리스 아테네
크레타 섬 헤라클리온 공항에서 약 한 시간 남짓, 비행기가 다시 아테네 상공에 진입했다. 이제 진짜 그리스 일주 여행의 마지막 막이 올랐다. 하얀 섬과 푸른 바다를 지나 다시 마주한 아테네의 회색빛 도시 풍경은 낯설지만 동시에 반가웠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공항 왕복이 가능한 48시간권 지하철 티켓(1인 10유로, 2인 14유로)을 구입했다.
💡 팁: 동행인이 있다면 2인용 이상 티켓을 구매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다시 안녕, 아테네 국제공항
공항을 빠져나와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30분 간 대기. 30분마다 운행하는 아테네 메트로는 깔끔하고 안전하지만, 유럽 특유의 느긋함이 있다. 차가운 겨울밤에도 기온이 온화해 발이 시릴 걱정은 없었다.
기다리던 중 작은 에피소드 하나. 한 꼬마가 다가와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손짓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절박한 듯한 표정에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로밍이 되지 않는 폰이라 어쩔 수 없이 거절. 아이는 이내 다른 쪽으로 향했다. 아마 진짜 도움이 필요했던 걸까, 아니면 휴대폰을 노리는 꼬마악당이었을까. 그런데 다급하다고 보기에는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탐색(?)하는 느낌. 정말 급한 사정이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보는 사람마다 부탁을 했겠지. 어린 아이라고 방심하지 말자. 여행 중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이 스친다.
신타그마 도착 — 아테네의 중심
반들반들한 대리석 바닥의 시내. 여기 비 오면 잘 미끄러지겠는데....? 이번 숙소는 대로변에 위치한 곳으로, 방도 넓고 조식은 거의 호텔 뷔페 수준이었다. 신타그마 광장(Syntagma Square) 은 아테네의 심장이라 불린다. 그리스 의회가 자리한 곳으로, 정시마다 열리는 근위병 교대식이 유명하다. 근위병의 복장은 오랜 전통 의상인 ‘포우스타넬라(Foustanella)’로, 그리스 독립전쟁 당시 복장을 계승한 상징이다.
짐을 풀고 저녁 산책을 나섰다. 도시의 불빛이 서서히 번져가는 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리 음악과 함께 익숙한 그리스의 밤 공기가 스며든다.
모나스티라키 광장 @Monastiraki Square
“아크로폴리스, 다시 만나 반가워.”
처음 방문했을 때와 다름없이 아크로폴리스의 야경은 압도적이었다. 언덕 위의 파르테논 신전이 주황빛 조명에 물든 모습은 마치 신들이 머물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준다. 모나스티라키 광장은 로마 시대부터 시장이 형성되던 지역으로, 지금도 골동품 상점과 재즈 바, 길거리 음식점들이 어우러진 활기찬 거리다.
💡 팁: 밤에 방문하면 인파가 많지만, 언덕 너머로 비치는 아크로폴리스의 실루엣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다.
에피소드 둘 — ‘공짜의 함정’
광장에서 초등학생 또래의 꼬마들이 다가와 꽃을 건네며 “선물이에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잠시 후 “1유로만 줄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순수한 제스처처럼 보였지만, 역시 관광지의 작은 상술이었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그들의 당돌함이 귀엽기도 했다. 뭐든지 솔직한 게 좋다는 교훈 하나 얻고, 웃으며 지나갔다.
파나기아 카프니카레아 성당 @Panagia Kapnikarea Church
에르무(Ermou) 거리 한가운데, 현대식 상점들 사이에 비잔틴 양식의 성당이 홀로 남아 있다. 11세기경에 세워진 이 성당은 그리스 정교회의 대표적인 중세 건축물로, 원래는 도로 확장 과정에서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의 요청으로 복원되었다. 둥근 돔과 붉은 벽돌 외벽이 인상적이며, 지금도 신도들이 드나드는 살아 있는 성당이다.
💡 팁: 에르무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쇼핑과 역사 감상이 동시에 가능하다.
에르곤 아테네 @Ergon Athens
숙소 근처에서 눈여겨봤던 레스토랑. 처음엔 문이 닫힌 줄 알았는데, 뒤편 골목 입구로 들어가니 한창 영업 중이었다.
이곳은 현지 그리스식 타파스와 올리브 오일, 신선한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브런치 & 다이닝 공간이다.
그릭 샐러드와 기로스를 주문해 마지막 아테네의 밤을 배부르게 마무리했다.
제우스 신전 @Temple of Olympian Zeus
도심 속에서 만나는 고대의 흔적. 기원전 6세기에 착공해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 때 완성된 거대한 신전으로, 104개의 코린트식 기둥 중 현재는 15개만 남아 있다. 울타리 밖에서도 규모감이 압도적이며, 아테네의 역사적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소다.
도시 자체가 유적지
우리나라도 이런 곳이 있지만 여기도 땅파면 유적나오는 곳이라. 신타그마 역 근처에서 발굴된 고대 유물을 야외에 전시하고 있다.
아테네의 일상, 그리고 마지막 인상
다음 날 아침, 풍성한 조식을 즐기며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음미했다. 체크아웃 전, 호텔 메이드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놀랐지만—그조차 유럽 여행의 ‘현실’ 같아 웃음이 났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Acropolis Museum
운영시간 9:00–17:00 (금요일 – 22:00, 주말 – 20:00)
💡 입장 마감: 폐관 30분 전
💡 휴무: 1월 1일
💡 입장료: 5유로
이곳은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는 현대식 박물관으로,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여신상 ‘카리아티드’의 진품을 비롯한 다수의 조각상이 소장되어 있다. 내부는 통유리 구조로 되어 있어 관람 중에도 아크로폴리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층별 안내도만 공유한다.
그리스어가 적힌 티셔츠를 하나 기념으로 구매했다. 단순한 글자 배열조차도 아름다워 보이는 언어였다. 스몰사이즈도 묘하게 품이 큰것 같아 12/14라고 쓰인 사이즈를 구매했는데, 12~14세 사이의 청소년 사이즈를 산듯. 잘 맞으면 된거지 사이즈가 무슨 상관.
공항으로 가는 길, 신타그마 역 플랫폼에서 본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루프트한자 항공편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인천으로 향하며, 면세점을 구경할 틈조차 없이 환승했지만 마음은 가득 찼다.
여행 총평 — 고대 도시의 매력
루프트한자 항공으로 아테네 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여 환승하는 경로였는데 원래는 두어 시간 정도 텀이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인지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내리자마자 면세 구역을 스쳐 자연스럽게 인천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 공항 면세점 좀 구경하려고 했더니.
그리스 여행 추천을 할까, 말까?
직항이 없기 때문에 출입국 시 체력소모가 있다. 화려한 현대 도시를 위한 관광이 아닌, 돌로 가득한, 그것도 형태가 온전치 않은 고대 도시의 유적 중심이기 때문에 관광지 다운 유럽이나 화려한 도시 관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 또한 해양 스포츠나 휴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테네 뿐만 아니라 산토리니 등 다른 섬에서의 휴양 일정을 넣어야 하며 여름철 관광을 추천한다. 대신 모든 유적지는 땡볕 아래에서 다니는거라 일사병 걸리기 딱 좋아보인다.
여행 후 감상. 만족스러웠다. 일단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하면서 한 국가만 오롯하게 있었던 것도 처음이고. 섬을 두 군대 끼다보니 기차를 타고 근교도시 여행을 하지 않은 유일한 유럽 국가가 되었다. 동양인이 많지는 않았지만 불쾌하거나 신경쓰일 정도의 인종차별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느긋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기존에 고대 그리스의 역사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단지 '오래된 인간의 생활 흔적을 밟아본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으며 박물관 등지에 쓰여있던 유물 설명서를 번역해서 보며 알게 된 부분도 있고 앞으로 알게 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처음 경험해보는 지중해성 기후에 겨울 여행이지만 추위에 떨며 체온을 보존하는데 에너지 소모가 없었고. 매력적인 여행이었다. 지옥같을 것 같지만 여름의 분위기도 궁금해지는 그리스이다.
💡 인공지능의 추천: Athens Edition
🥗 Ergon House
그릭 요리를 모던하게 해석한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 현지산 올리브 오일, 허브, 해산물을 활용한 정통 메뉴를 선보이며, 이라클리온·테살로니키에도 지점이 있다.
🏛 Acropolis Museum
아테네 여행의 하이라이트. 고대 그리스 조각과 건축미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곳. 꼭대기층의 카페에서 아크로폴리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즐겨보자.
⛪ Panagia Kapnikarea Church
에르무 거리의 중심에 있는 비잔틴 양식 성당.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테네 시민의 신앙을 지켜온 상징적인 장소.
☕ Kafeneio Filomila
신타그마 인근의 작은 로컬 카페. 그릭 커피와 달콤한 루쿠마데스(그리스식 도넛)가 훌륭하다.
💡 팁:
공항 ↔ 신타그마는 지하철로 약 40분 거리. 48시간권 티켓을 구입하면 공항 왕복과 도심 이동이 모두 가능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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