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당일치기 기차여행 [] 경북 추천 여행지, 김천에서 시내버스타고 직지사 여행

 만 26세 나이 제한이 었던 내일로 티켓이 코로나로 인한 국내 여행 장려 정책중 하나로 만 34세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이 한시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부산 여행이 미리 잡혀있었고 비연속 3일권을 선택하여 이틀을 KTX 열차를 탑승하는데 사용하고 보니 하루가 남았습니다. 

처음 티켓을 개시한 날로부터 일주일동안 3일을 탑승할 수 있는 이 티켓은 KTX는 1일 1회로 총 2일만 탑승할 수 있도록 제한이 되어있지만 먼 지역을 왕복여행하며 숙박만 해도 본전은 뽑고도 남는게 내일로 티켓입니다. 하지만 저는 7일째 되는날 당일치기로 기차여행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일반열차 좌석지정도 하루에 2회로 제한되어 있었는데 4회로 늘어났습니다. 8년 전에는 좌석지정 없이 내일로 티켓만 구입해서 자유석으로 탑승을 했었는데 정말 편리해졌더라구요. 그때는 어느 좌석이 비어있는 좌석인지 모르기때문에 비어있는 좌석을 전전하며 목적지까지 갔습니다. ㅎㅎㅎ

우선 제가 여행지를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세웠던 조건은 수원에서 출발하는 열차로 환승을 두번 이상 하지 않고 갈 수 있는 곳.
당일치기기 때문에 편도 3시간 미만인 곳.
기차역으로부터 목적지가 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

이 세가지 였습니다. 먼저 이동시간이 3시간 미만인 곳으로는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강원도 정도가 될것 같았습니다. 제일 만만한게 사실 충청도인데 대전이나 조치원 등 경부/호남선이 지나가는 충청도 외에는 충북선을 타야하는데 이때 장마직후라 충북선이 운영하지 않는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수원에서 강원도는 청량리쪽에서 경춘선이나 강릉선을 이용해야 가기 쉽고, 또는 태백선을 이용하려면 충북선을 타고 가야하기때문에 강원도도 당일치기 여행지로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라북도와 경상북도 중 고르려고 했는데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은 안동이었지만 안동은 강원도와 충청도를 거쳐 내려오는 쪽이 가깝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전라북도의 익산과 군산은 최근에 다녀온지라 경북지역을 목적지로 하고 경부선을 따라 모든 기차역을 체크해봤습니다.

그리하여 결적된 곳이 김천이라는 곳이었고 김천의 직지사를 큰 목적지로 잡아 돌아오는 길에 신탄진에 내려 금강 유역을 자전거로 다녀보려고 했습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일찍 출발하여 수원역에 도착했습니다. 9시 47분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김천까지는 약 두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기차 안에 탑승한 사람들도 많지 않았지만 좌석이 나란히 앉을수 없게 배치를 한 것 같았습니다. 일부러 콘센트 있는 자리에 예매를 했는데 덮개 같은걸로 덮여 있어서 사용할 수 없는지 알았습니다. 앞에 앉은 분도 제 자리에 있던 콘센트를 꽂으려고 했는데 못 꽂았습니다. 아무래도 덮개 같지 않고 커버일 수 있겠다 싶어서 콘센트를 이용해 살짝 걸고 돌려봤더니 돌아가더라구요. 새마을호 기차 타시는 분들, 콘센트를 막아둔 것이 아니고 회전식 덮개니 꼭 돌려서 사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좌석 분에게도 꽂아주겠다고 해서 같이 나란히 꽂아 쓰고 왔네요.

11시 55분 김천역에 내렸습니다. 높은 빌딩 없이 나즈막한 건물들이 김천역의 맞은편에 줄지어 있는 것을 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탁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슈는 진짜 십년도 더 전에 제가 살던 지역의 번화가에서 볼 수 있던 잡화점인데 여기서 만나게 되니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았습니다. 

김천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가면 바로 버스 정류장이 보입니다. 버스 정류장에는 직지사로 가는 여러대의 버스 정보가 나와있습니다. 주말이라 버스 텀이 길지도 몰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직지사행 버스가 많았고 배차 간격도 카카오맵으로 확인한것 보다 훨씬 자주 있었습니다. 


직지사행 버스를 타고 30분쯤 달리니 직지사역에 도착합니다. 버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타고있지 않았지만 함께 내리는 사람은 저 말고 한사람 밖에 없었습니다. 한적하게 직지사를 둘러볼 수 있을것 같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직지사로 가는 길에 김천시 관광안내도를 볼 수 있습니다. 치유의 숲도 가보고 싶은데 이곳과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뚜벅이인 저에게는 시간이 넉넉치 않을거 같아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백운천을 따라 줄지어 있는 식당가를 지나면 직지문화공원이 나옵니다. 이제 기차타고 와서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입니다. 직지문화공원에서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를 눈여겨 보며 한 바퀴 둘러봅니다.




시원한 분수대가 있었습니다. 야간에는 음악과 함께 분수쇼도 하나봅니다. 몇일간 비가 오고 난 뒤 한창 더울때라 물가를 지나가니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다리 너머의 인공폭포 위로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는데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경치가 참 예뻤습니다. 폭포소리와 매미소리, 푸른 하늘과 잔디, 그리고 나무로 된 건축물들. 완벽한 조화였습니다. 


아까의 백운천의 줄기가 직지문화공원으로 들어와 직지사까지 이어져 잔잔한 계곡처럼 조성이 되어있습니다. 물가에 정자도 있고 벤치가 있어서 앉을 만한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어서 사실 여행가는것도 마음에 걸리던지라 식당가서 식사하기가 뭣해 빵과 과일을 좀 챙겨갔습니다. 거기다가 편의점 커피 쿠폰이 있어서 올라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커피까지 사마셨으니 교통비 빼고는 지출이 0원이 될 기세입니다. 커피와 얼음컵을 내밀고 얼음컵값을 결제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얼음컵도 함꼐 쿠폰으로 결제가 되었다고 하네요. 한창 더운 시간에 반투명한 그늘막이 있는 뜨끈뜨끈한 벤치에서 얼음컵에 들은 달짝지근한 커피와 함께 빵을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눈앞에는 푸른 잔디와 계곡이 흐르고 물소리와 매미소리를 들으니 저세상 감각. 집에서 출발한 이후로 처음 마스크를 벗은 것이기도 했구요. 


이날 디저트로 가져간 과일이 처음 먹어보는 샤인 머스켓이었는데 너무 달지도 않고 아삭한 식감이 참 맛있었습니다. 먹어보고는 싶었는데 범상찮은 가격떄문에 쉽게 사먹지 못했는데 한 번 사먹어 봤습니다. 근데 이 샤인 머스캣이 김천에서 재배한 것이더라구요. 후식까지 해치우고 소화시킬겸 잠시 앉아서 식사하며 눈요기했던 장면을 조그마난 스케치북에 그려봤습니다. 여행다니면서 그림그리는게 로망인데 현실은 패키지만큼 빡빡한 일정탓에 해외에서는 그저 욕심이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은 쉽게 다시 올 수 있는 곳이니 짬을 내서 풍경을 그려봅니다.


식사 후 직지사로 향하기 전에 아까 봤던 폭포위의 정자를 보기 위해 다리를 건너가 봅니다. 실제로 정자에 올라갈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좋을것 같습니다. 여기는 그늘이 없어서 선 채로 스피드하게 스케치하고 움직였네요.


직지사로 가는 길에 사명대사 공원이 나옵니다. 사명대사는 법명이 유정으로 조선시대 중기의 고승입니다. 1544년 밀양출생으로 직지사에서 1559년 출가하고 1610년 합천 해인사에서 입적하신 분입니다. 어떤 분이길래 칭호를 딴 공원이 있는 것일까요?


사명대사는 평양 및 순천 여러 지역에서 임진왜란을 포함해 왜적의 격퇴에 큰 공을 세운 분입니다.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역사시간에 들어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를 만나 강화를 맺고 포로가 된 조선인 삼천여명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공적을 기려 직지사 가는 길에 사명대사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니 한번 들러 보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사진의 탑은 평화의 탑으로 밤이되면 조명이 켜져서 또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직지사로 들어가려면 정문 주차장을 찾으셔야 합니다. 사명대사공원에서 나와 길을 잘못들면 직지사를 두른 길을 따라 걸을 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폐쇄된 입구와 주차공간만 있으니 도보로 가시는 분들은 정문쪽 주차장을 찾아 가세요. 



일반 방문객은 입장료가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입장 티켓이 없다는 것... 작지도 않고 방문객도 제법 많은 절인데 직지사가 인쇄된 조그마난  입장 티켓이 있으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지사는 무려 신라 눌지왕 2년인 418년도에 창건된 오래된 사찰입니다. 하지만 조선 선조때 왜나라의 침략으로 소실되었다가 현종때  완전히 복구되었다고 합니다. 매번 다른나라의 오래된 유적지를 보다가 오랜만에 한국의 고대 유적지를 보니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해 좀더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 저곳을 둘러 봅니다. 특이했던 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위패와 사진을 모셔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여행다니면서 모자도 쓰고 양산도 쓴적은 처음인것 같았습니다. 뜨거운 태양볕때문에 안쓸수가 없었습니다. 얼려온 물도 어느덧 바닥을 보이고.


걷기에는 더웠지만 사진이 잘 나오는 날씨라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비로전에서는 천불상을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천개의 불상이 놓여져 있는데 1000분 모두 모양, 얼굴 표정, 자세, 크기가 전부 다르다고 합니다. 1656년 경잠스님께서 경주 옥돌로 16년동안 손수 만드셨습니다. 매번 역사깊은 종교시설에 가보면 정말 종교의 힘으로만 이룰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층 구조로 지어진 건물이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내려다 보는 모습이 색다르네요.





코로나의 여파로 직지성보박물관은 들어가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스님들의 거처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템플 스테이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래의 바위가 사명대사가 출가하기 전 잠들었던 바위입니다. 당시 주지스님이 사천왕문 앞에서 황룡이 승천하는 환영을 보고 나가봤더니 이 바위에 잠들어 있는 사명대사를 보고 거두어 제자로 삼았습니다. 당시 사명대사는 15세의 나이로 양친을 모두 잃어  방황을 하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16세에 출가하여 17세에 승과의 선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고 30세에 직지사 주지스님으로 임명됩니다. 


바위에 앉아서 길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잠시 쉬어봅니다. 앞에는 사천문이 보이네요.




화엄일승법계도는 의상대사께서 54각의 도장 문양으로 만든 것입니다.  미로처럼 복잡해 보이지만 중심에서 시작해서 따라가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되는,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직지사는 '직지인심견성성불'의 도량으로 법계도의 법성을 가르키는(직지) 것입니다. 법계도를 따라 걸으면 법성을 발견하고, 불성을 회복하는 인연이 맺어질까요.





직지사를 꼼꼼하게 둘러보고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원래라면 신탄진에서 잠깐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직지사가 넓고 볼것이 많고 걷기도 좋아 그냥 하루를 다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직지사에 시내 및 김천역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입니다. 다행히 기다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종점이라 버스가 미리 대기중이었지만 승객을 미리 태우지는 않더라구요.

몇년 전에만 해도 주말이나 짧은 연휴에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근 몇년간은 국내여행을 많이 못갔었습니다. 코레일 내일로 청춘티켓 덕분에 기분전환도 되고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1월에도 춥겠지만 KTX를 이용하는 숙박 여행과 당일치기 여행 계획을 세워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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