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유여행 파헤치기 2/6 [] 구엘 궁전> 캄프 누에서 FC바르셀로나 경기 직관

최장시간 비행, 최장시간 여행, 최다도시 방문. 여태까지의 다른 여행과 비교했을때 뭐든지 ‘MAXIMUM’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을 가질 여행. 심지어 최초로 해외에서 연말과 새해를 보내게 되는 경험까지. 여러모로 인상깊은 2015년 12월 31일부터 2016년 1월 23일까지 약 25일간 친구들과 함께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여행. 그곳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겨울과 오렌지 나무가 야자수로 있는 곳이었다. 같은 유라시아 대륙에 붙어있지만 거대한 대륙의 끝과 끝에 위치한 그곳에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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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서쪽 끝으로 600시간
스페인,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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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는 이튿날. 바르셀로나에도 바르셀로나 시티카드가 있다. 바르셀로나 카드는 4일권이 55유로, 5일권이 60유로이다. 

구엘 저택을 방문으로 일정이 시작된다. 바르셀로나는 여러 가지 연관 키워드가 있기는 하지만 그 중 가우디를 빼놓을 수 없겠다. 구엘 저택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로 인해 지어지게 된 장소이다. 스페인어로 집을 의미하는 casa가 붙지 않는걸 보면, 일반 서민을 위한 '집'이라기 보다는 '대 저택'임이 분명하다. 


@구엘 궁전 Palau Guell

운영시간_ 10 ~ 17.5시
휴관일_ 월요일
입장료_ 12유로
여행책에서는 이방 불가로 알고 있었는데 현재 개관 중이었다. (2016년 당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으니 가우디나 세계문화유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방문을 추천한다. 가우디라는 인물에 관심이 없더라도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람 사는 집을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니 꼭 한번 들러보시길. 구엘 저택이라고 번역되기도 하고 구엘 궁전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첫번째 사진은 구엘 저택에 들어서서 매표소가 있는 로비인데 보면 알겠지만 집의 로비부터 벌써 범상찮다. 성당에서 본적있는 아치형 구조라고 하나. 전혀 집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만드는 로비였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은 엄청 많이 찍었지만, 구글 블로그에는 사진을 첨부하기가 편한 구조가 아니라서 몇 장만 대표해 올려본다.



실내의 바닥과 벽면 천정처럼 면 요소뿐만 아니라, 실내의 사소한 구조물까지 가우디스럽게 만들어져 있어서 친숙한 공간이 친숙하지 않게 다가온다. 분명 누군가의 집에 방문한 것인데 하나의 미술관 내지는 박물관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현관, 화장실, 방, 테라스, 옥상 등 익숙한 공간들의 모든 요소 하나 하나에 그의 손길로 작품이 되었다. 어쩜 이렇게 모든 구성에 섬세하게 마음을 기울였는지, 가우디에게 공간의 디자인이란 어떤것인지 알게끔 해주는 곳이다. 


화장실 변기가 저렇게 생겼으니 다른 것은 말해 뭐하리. 자리를 옮길때마다 눈으로 구경하랴, 사진에 담으랴 정신없었다. 여러번 방문해도 질리지 않을 공간인것 같다. 위에 있는 흑백사진은 예전 건설 당시의 훅백사진을 촬영했던 동일한 장소에 걸려있길래 나도 옛날 느낌 나게 흑백모드로 한번 촬영해 보았다. 이렇게 찍고 보니, 나도 그 시절에 이 곳에 방문했던것 처럼 착각을 들게 만드는 사진이 되었다. 보통의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예를 들어 여러 층을 올라가는 계단이라던가, 긴 복도라던가, 홀 등 ) 공간들이 대 저택에서는 볼 수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옥상이었다. 




바로 이 고깔 모양의 굴뚝 때문에. 사진에 잡힌 굴뚝보다 훨씬 많은 수의 굴뚝이 (사실 굴뚝인지는 정확하지 않음. ) 지붕위에 저마다 개성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가우디라면 지붕위에 굴뚝을 설치하고 그냥 두지 않았을 터. 형형색색의 귀여운 고깔 굴뚝이 세워져 있는데, 결코 크기가 작지도 않다. 큰데도 불구하고 엄청 귀엽게 느껴지는 특이한 조형물. 저 많은 고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스크류바 모양을 하고 있는 무지개색 굴뚝.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저 많은 굴뚝들이 형태만 같지, 패턴이과 색상이 전부 다르고 어느 하나 통일적인 요소가 없는데도 서로 잘 어울려 있다는 것.


이제 가우디의 구엘 저택을 벗어나서 캄프 누 경기장을 향했다. 축구에 크게 관심있지는 않지만 나름 유명한 경기장이기도 하고 흔히 볼 수없는 규모의 경기장이다 보니 한번 구경이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직관하게 되었다. 축구경기라고는 월드컵때나 챙겨보는 정도인데 해외에서 해외 경기라니. 2002년 월드컵 경기는 직관은 커녕 지역 체육관에서 스크린으로보 못본 사람이다. 한 번은 친구들이랑 같이 어울려서 응원도 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는데. 성인이 되고나서 그럴만한 충분한 여건은 되었으나 정작 그만한 경기가 없었다는게 함정. 기말고사가 뭐라고. 수능도 아닌데.


기억이 맞다면 람블라스 거리에 있던 티켓 예매 부스에서 당일 티켓으로 구매를 했다. 경기장이 큰 만큼 좌석의 종류도 여러개였는데, 우리는 제일 싸고 일행이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면 상관없었다. FC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의 경기였는데 우리가 경기장에 도착했을 떄에는 이미 경기는 시작한 상태였다. 사실 구엘 저택에서 바로 캄프 누로 온 것이 아니고 경기를 보면서 먹을 맥주와 샌드위치를 사기도 했기 때문. 드디어 내 인생 첫 축구경기 직관인가. 이런 경기장에서 본거라곤 우리나라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SM 타운 콘서트 보면서 야광봉 흔든것 밖에 없는데.  그것도 제법 옛날이네. 


밖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안에 들어와서 좌석에 앉아보니 캄프 누의 규모가 실감난다. 건물 몇층 즈음 될것같은 아찔한 높이에 제일 저렴한 가격의 좌석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맥주를 까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바르셀로나는 날씨가 하도 따뜻해서 패딩을 안입고 왔는데 이런. 무리수였다. 그래도 나름 1월달인데. 무슨 적도 근처도 아니고 사실상 우리나라랑 위도차이 그렇게 많이 나지도 않는데. 구장이 이렇게 크고 높은지 몰랐다. 산에 올라온 것처럼 찬 바람이 부는 곳이 캄프누의 제일 꼭대기 층이었다. 아무리 따뜻해도 1월인데 방심하고 패딩을 안입고 나온 내 판단력을 저주했다. 


캄프누 꼭대기 층에 비하면 우리나라 올림픽경기장 면봉석(제일 값싼 3층 좌석)에 앉아 콘서트를 보면 그래도 누가 누군지는 구분이 가는 거리인데 이건 진짜 선수는 고사하고 어느팀이 공을 가지고 있는지 보이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그래도 휴대폰으로 확대해서 보면 유명한 선수들이 뛰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후 불타는 노을. 다행히 꼭대기의 찬바람에 입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벌벌 떨면서 지하철역으로 내려왔다. 이날 저녁 일정은 원래 뭐였을까. 위에서 쓴것 처럼 사실 이 날은 이 경기를 볼 예정이 없었다. 바르셀로나에 온 날 경기 일정을 알아보러 티켓 박스에 갔으나 우리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경기가 없어서 그냥 접었는데, 오전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에 갔다가 오늘 경기가 있는걸 알게 되어서 급 예약해서 보게 된 것이었다. 근데 문제는 이날 이 경기를 보고 지하철을 탔다가 일행의 신형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하는 사태가 발생. 


경기장 규모를 보면 알수 있듯이 한 경기에서 수용되는 관중의 수가 어마어마하다. 콘서트가 끝나고 올림픽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수도 사실 만만찮은데 캄프 누는 말로해서 무얼 할까. 우리는 사람들이 빠져나갈때 아래층으로 가서 경기장 사진을 찍고 나왔는데도 말 그대로 민족 대 이동 수준으로 경기장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데 지하철이 터져나가는걸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지옥철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매일 보던 광경을 바르셀로나에서 보게되는 것이겠지만. 유럽에서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꽉 끼일정도인 지하철을 타보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나름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스페인, 그리고 바르셀로나였다는 것. 차량문이 닫힐때 즈음 우리도 마지막에 탔는데, 우리보다 더 마지막에 몸을 무리하게 우겨넣어서 탄 사람이 우리와 붙어 있었고, 그 다음역에서 바로 그 남자는 하차했고, 휴대폰은 사라졌다. 폴리스 리포트 작성하는 방법은 이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눈 뜨고 코 베인다더니. 지하철 안에서 셋이 마주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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